지난 4월에 청와대에서 ‘장애인과 함께하는 영화보기’ 행사가 있었다. 장애인의 한사람으로서 참여하게 되어 처음으로 청와대에 가보게 되었다. 영화관람에 앞서 청와대관람을 하는 기회를 가졌는데 춘추관, 녹지원, 영빈관을 둘러보고 대통령이 거니신다는 정원을 거닐어 볼 수 있었다. 멋진 풍경도 좋았지만, 편의시설은 잘되어 있는지가 더 눈여겨봐졌고 청와대 안내직원 중에 장애가 있는 분을 보자 괜한 친근감과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행사가 시작되고 ‘맨발의 기봉이’의 주인공 엄기봉씨와 신현준씨의 해맑은 웃음과 노랫소리를 들으며 모두들 울고 웃으며 좋은 시간을 보냈고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행사 전에 대통령은 장애인분들 모셔다 보여주는 행사가 될까 염려된다며 모쪼록 즐거운 시간되자는 말씀과 함께 정부의 장애인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기회로 삼겠다며 복지부장관님의 다짐을 받는 시간도 함께 했다.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염려하는 마음은 우리사회에서 여전히 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당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장애인에 비해 장애인의 생활수준은 더 낮으며, 사회에 참여하기 위해 나선 길거리에서도, 회사에서도 넘지 못할 장벽과 접근에 제약을 가진다.
나만 내가 가진 장애를 극복한다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회를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해야 될 일들이 참 많을 것 같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장애인단체도 제 역할을 잘하고 장애인당사자인 우리도 스스로 능력을 개발하고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고 사회에 당당하게 참여해야 일반국민들도 더 많은 이해를 가지고 우리를 지지하고 동참해 줄 것이다.
청와대행사에서 내 옆자리에 앉았던 생활시설에서 지내는 남자아이를 지난주에 만나고 왔다. 오른 팔이 없고 묶여진 소매 끝으로 손가락만 길게 나와 있는 그 아이는 처음에는 낯을 가리다가 별 스스럼없이 나를 누나라고 부르며 자기를 보러 와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상처받을수록 무뎌지는 것이 아니라 상처에 상처가 더해 치유가 더 어려웠던 내 어린 시절이 떠올라 나름대로 용기가 필요했다.
확실한 결과를 알 수는 없다. 그 아이와 나와의 인연이 어떻게 이어나가질지는. 지금은 그저 여름이 되기 전에 한번 더 만나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 아이가 성장해서 사회에 나왔을 때쯤에는 장애인과 함께하는 아니, 장애라는 말이 없어지고 모두가 함께하는 세상이 만들어져 있기를 희망하며 가끔 장애로 인해 힘이 빠지는 세상에서 더 즐겁게 생활하자고 다짐을 해본다.
[에이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