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미래 개척 엄두도 못내"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아이들에게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부모의 이혼 및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아동복지시설에 맡겨진 아이들에게 ‘희망’을 찾아주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절실한 때다. 아동복지법은 모든 아이들은 차별 없이 완전하고 조화롭게 인격이 발달하도록 도움 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시설아동들은 의식주 해결에 만족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도내 아동복지시설에 대한 실태와 문제점, 해결방안 등을 두 차례에 나눠 집중 점검해 본다.
△“시설 나가면 갈 곳이 없어요”= 도내 A 아동복지시설에서 10년 넘게 생활하다 몇달전 홀로 서기에 나섰던 김용훈씨(21·가명).
김씨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일자리를 구해봤지만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기술도 없어 취업이 선뜻 이뤄지지 않았다.
김씨는 “마땅히 받아주는 곳도 없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며 “오는 7월에 징병검사를 받은 후 바로 군 입대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B 아동복지시설에서 생활하다 지난해 4년제 대학에 진학한 강진영씨(21·가명). 그는 아동시설을 바로 퇴소하고 곧바로 사회에 나가야 하는 또래 친구들에 비하면 형편이 꽤 나은 편이지만 자신이 머물렀던 시설에 대해 좋지 못한 기억을 안고 있다.
강씨는 한 학기 200만원이 훨씬 넘는 학비와 20만~30만원에 달하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한동안 시설에 머물렀지만 결국 그곳을 떠나고 말았다.
강씨는 “시설아동 중에도 공부나 운동에 소질이 있는 애들이 있잖아요. 하지만 이런 ‘차이’가 고려되지 않는다”며 “이런 답답한 현실이 견디기 힘들어 아동시설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아동복지시설 현황 및 실태 = 4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5개 아동복지시설에 모두 311명의 아동들이 생활하고 있다.
시설 아동들의 연령별로는 1세~7세가 75명이고, 8세~13세 122명, 14세~17세 77명, 18세~20세 25명, 21세~24세 9명 등이다.
그러나 문제는 퇴소하는 시설아동들에 대한 지원 방안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대학에 진학하는 시설아동을 제외하고는 시설아동들은 만 18세가 되면 양육시설을 떠나게 되지만 이들에게 사회진출은 곧 자신이 처한 현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과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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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의식주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뒤바뀌면서 꿈과 미래를 개척하는 일은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아동시설 퇴소자에게 주어지는 금전적 지원은 자치단체에서 지급하는 100만∼500만원 정도의 자립정착지원금이 전부이다.
방 한 칸 구하기 어려운 돈이지만 태어나 처음 만지는 목돈이다 보니 휴대폰이나 옷을 사는 데 써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A아동복지시설관계자는 “퇴소 아동들에 대한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범죄자로 전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취업알선·상담·쉼터 등의 기능을 갖춰 실질적인 자립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