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0일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추진을 위한 ‘민관공동기획단 2차 회의’에서 정부 측이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2차 회의에서는 장차법 세부 쟁점에 대한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부와 장애인계는 ‘쟁점’을 두고 또 한번의 큰 이견을 보이며, 결국 1차 회의와 마찬가지로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는 수준에서 회의를 마무리했다.
이날 회의는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에 의해 대표 발의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하 장차법안)을 토대로 양측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회의의 논의범위는 장차법안 중 총칙을 다룬 1장과 권리구제방안 등을 담은 4장, 5장, 6장. 토론의 주요사안은 ‘장애 및 장애인의 정의’, ‘차별의 개념 및 차별판단’, ‘시정명령 및 손해배상 등 구제권한’ 등 3가지로 요약된다.
양측은 ‘장애’와 ‘차별’의 개념을 다룬 총칙에서부터 확연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정부 측에서는 “장애계가 주장하는 장애와 차별의 개념이 너무 포괄적이다. 특히 ‘일시적 장애’, ‘합리적 배려’ 등은 개념이 너무 넓다. 일본· 독일· 호주등 외국의 경우에도 이 정도로 포괄적이지는 않다. 현실적으로 무리한 요구”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 측은 구제권한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가해자가 손해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해당하는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나 시정명령(시정조치보다 강한 규제) 등 구제권한은 기존 법체계가 가지고 있는 권한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측은 결론적으로 “법안의 실효성 측면에서 볼 때, 구제권한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장애와 차별의 개념을 엄격하게 규정할 수밖에 없고, 장애나 차별의 개념을 넓게 잡으면 구제권한을 약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정부 측은 장추련이 주장하고 있는 ‘차별의 범위’와 ‘권리구제권한’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는 없다는 입장인 셈.
이 같은 정부의 입장에 대해 장추련 측은 “장애인차별금지 법안은 법안의 논리적 완성도 측변보다 장애인이 실제로 겪는 차별 사안의 발생을 방지하고자 하는 실질적 측면을 감안하고 만들어진 것”이라며 “현실적 상황을 모두 고려하다보면 장차법의 본질을 잃는다. 최대한의 규정을 담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장추련은 “기존 법령의 각 분야의 법률과 중복되는 내용이 있으나, 이 법안은 기존법 내용에 추가적으로 인권적 관점의 차별금지 사항들을 포함시켰다는 의의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관협력팀은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이날 회의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13일 4시에 열릴 차기회의에서 ‘쟁점’에 대해 다시 토론키로 했다. 관계 부처는 차기회의까지 장차법과 관련해 해당 영역별로 기존 법률에서 상충, 중복, 개선되어야 할 부분들에 대해 점검해 오기로 했다.
주원희 기자 (jwh@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