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초등학교 문턱조차 가보지 못했으나 독학으로 한글을 익히고 혼자서 컴퓨터 활용방법도 습득해 한 인터넷 장애인카페에서 강원도 모임지기로 활동하고 있을 만큼 배움에 대한 욕심은 누구보다 더 강하다.
배움에는 나이도 장애도 문제 되지 않아
서른여섯에 초등과정 공부를 시작한다는 것, 그것도 지도해 주는 사람 없이 혼자 공부를 시작한다는 것이 비장애인들에게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닌데, 불편한 몸으로 혼자 독학을 결심한 정씨에게 공부를 시작하게 된 동기를 물었다.
“어릴 때부터 공부 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2006년 11월에 춘천에 있는 한 수렵장에서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의 주최 장애인 자립생활 체험 캠프에 참석하고 자립생활을 할 마음과 자신감이 생겨서 본격적으로 공부가 하고 싶어졌어요.”
집에서의 반응은 어땠는지 묻자 정씨는 “어머니는 공부하는데 허락은 해주셨지만 과연 제가 공부를 끝까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고 계시며 남동생은 그냥 공부 열심히 잘 하라고 격려만 했다”며 어머니의 걱정과 동생의 격려에 착잡했던 속내를 내비쳤다.
늦은 나이에 홀로 공부를 시작한 정씨. 지도교사가 공부를 봐준다는 것은 지금 처지에 과분한 얘기며 혼자 책을 보며 때론 인터넷 동영상을 참고하며 길고 긴 배움의 길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이다. 하지만 정씨는 배움에는 늦은 나이도, 장애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배움에 대한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그러나 의지만으로 살 수 없는 게 현실. 정씨는 자신의 나이로 인해 혹시라도 배우는 것들에 대한 이해가 더딜까 걱정하고 있었다. 특히 정부에서 제공되는 월 30만 원 가량의 지원금에서 19만원은 생활하고 있는 복지시설로 납부되고 나머지 금액으로 공부에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고 있는데, 가끔 필요한 서적들을 많이 구입할 때 힘든 점도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공부를 해서 하고 싶은 것은?
공부는 어디까지 하고 싶으며 앞으로 꿈은 무엇일까?’ 정씨는 “기회와 여건이 허락된다면 대학에 들어가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싶고 저처럼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뭔가 도움을 주는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이 지금 현재 제 꿈이자 희망이에요”라고 답했다.
이와 더불어 정씨는 “나와 같은 장애를 갖고 아직 공부를 시작하지 못한 친구들에게, 비록 몸은 장애 때문에 불편하지만 마음과 머리는 일반인들과 같지만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그냥 집에만 있지 말고 일단 공부부터 시작해서 당당히 사회로 나가 자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갔으면 좋겠어요”라고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씨의 열정에 대해 같은 카페회원인 G(여·38)모씨는 “정말 대단해 보여요. 어찌 보면 배우는데 있어 최악의 조건에도 불구하고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그렇게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가 정말 대단해 보여요. 아마 나 같으면 그렇게 큰 용기가 없었을 거예요”라며 찬사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