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가족부 안에 장애영유아를 위한 법적체계 시급
법은 최소한의 장치이지만, 필수불가결한 제도이다. 사실 법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법 자체가 힘을 갖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법 없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법 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말은 법에 대한 인식 없이 살아간다는 말이다.
사실 이 글을 쓰는 필자도 우리나라에 어떠한 법이 있는지 잘 모른다. 그저 고등학교 시절 정치경제 시간에 배웠던 법의 종류가 나의 상식일 뿐이다. 법이 이렇게 만들어졌으나 잠자고 있는 상태에 있는 법이라면, 그것은 무용지물이다.
그토록 고민해서 장애인 주차구역을 보장할 장애인 주차마크를 만들었지만, 관리주체가 누구인지 모르니 장애인주차마크는 무용지물에 가깝다.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하여 지원했던 LPG지원제도 역시 장애인을 사칭한 사람들의 남용과 장애인들의 무의식적인 권리양도로 인하여 실효성이 높은 제도임에도 불과하고 사장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제대로된 관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너저분하게 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유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장애아동들을 위한 별도의 법이 반드시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무관심 속에 내버려두었기 때문이다.
4년 전 보육 사업이 보건복지부에서 여성부로 옮겨갈 때에 앞장서서 반대했었다. 이미 에이블 뉴스를 통해서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런데 4년 만에 다시 과천에 있는 보건복지가족부로 돌아오게 됐다. 도대체 이것이 무엇인지? 간 것이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돌아오는 것이 잘못된 것인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와중에 일반보육사업 안에서 시작하여 진행되고 있는 장애아동보육분야는 4년 전보다 거대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2003년 무상보육이 확정되었던 당시 보육시설 이용하는 장애아동은 3,000명이었는데, 지금은 17,000명이 됐다. 4년 전 교사 1인당 장애아동 5명이었는데, 지금은 교사 1인당 장애아동 3명이 됐다.
이외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런데 더 큰 변화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정’에 따른 변화이다. 이 법안에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아동의 의무교육을 보장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시행령, 시행규칙을 만들었지만, 그 내용은 무책임한 몇 글자의 나열에 불과했다.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아동이 17,000명이고, 유치원에 다니는 장애아동이 3,000명에 불과한데,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아동의 의무교육에 대하여는 기존의 보육사업지침에 나타난 규정을 나열했을 뿐, 교육을 책임지는 주관부서로서의 재정적인 책임을 비롯한 어떤 내용도 읽을 수 없다.
이러한 와중에 보육사업의 보건복지가족부의 이동으로 인하여 또 한 번 묻어서 장애아동보육사업도 이동하게 된다. 장애아동보육의 고유한 특성, 생애주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장애영·유아 부분의 복지적인 개입으로서 유일한 장애아보육사업이 독특한 법적 제도적 장치도 없이, 게다가 예산에 대한 고민도 없이 다시 본래의 이상한 자리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유아교육법이 있고, 초중등교육법이 있고,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별도로 존재하듯이, 영유아보육법 외에 장애아동 보육을 감당할 ‘장애아동보육법’ 혹은 ‘장애아동보육지원법’등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법체계를 통해서 보건복지가족부에서 감당하게 될 장애아동보육의 실질적인 의무교육보장과 아울러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장애아동조기재활과 가족지원을 보장할 수 있는 별도의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4년간 떠났다가 돌아오는 이 시점에 있어서 그저 이상한 형태의 제도가 그저 슬그머니 들어와 잘 있었던 것 같은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라 보다 바람직한 형식과 내용을 가지고 장애아동 보육을 올바르게 할 수 있는 그릇의 모습을 가지고 돌아와야 한다. 게다가 장애아동보육은 복지사업의 일환이다. 분명한 것은 장애아동 , 가족, 일반형제 등을 지원하는 종합성·통합성을 가진 분야이다.
분명히 일반보육제도 가지고 감당하기 어렵다. 또한 장애인복지법으로도 가름하기 어렵다. 이제 장애영유아의 조기재활과 아울러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가정을 행복한 가정으로 지원하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 단지 부서만 옮기는 형식적인 이동이 아니라 보다 바람직한 체계를 가지고 보다 정상적이고 올바른 사업으로 만들어져서 실질적으로 발전된 이동이 돼야한다.
4년 전 현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내정자인 김성이 교수와 함께 보육사업 이전 반대를 위한 사회복지대책위원회에서 함께 일했던 경험이 있다. 그때의 안타까움을 공유했던 김성이 교수가 보육 사업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부서의 수장으로 내정된 것은 다행스럽다.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장애인 복지 분야와 장애아동보육사업의 바람직한 자리매김을 위해서 큰 역할을 감당해주시를 바라면서, 장애인 복지의 출발점은 장애영유아이며, 장애아동 보육 사업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해 주기를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