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 정신지체인의 직업성공을 가로막는 부모의 문제점

김무웅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고용개발원 정신지체팀장)

정신지체인 직업재활 과정에 강력한 지원세력이어야 할 정신지체 부모와 가족들의 직업에 대한 이해 부족은 정신지체인의

직업성공을 가로막는 또 다른 장애물이라고 하겠다.

재활전문가들은 정신지체인 부모와의 직업상담 과정에서 간혹 곤란한 경험을 겪게 된다. 의사표현 능력이 떨어지는 정신지

체인의 경우, 대부분 보호자와 함께 직업상담을 하게 되는데, 부모님들 중에는 종종 자녀의 특기와 장점, 취미 등을 살려 ‘사

무보조’, ‘패밀리레스토랑의 홀서비스’, ‘컴퓨터 게임 관련 직종’으로의 직업훈련과 취업을 희망하시는 분이 있다. 자녀의 안

락한 미래 삶을 고민하시는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러한 요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한 요구로 인

해 향후 자녀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한다면 좀 더 현실적인 방향으로 생각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지적능력과 적응행동의 결함’을 가지고 있는 정신지체인이 일정 수준의 지능과 대인관계기술을 바탕으로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사무보조나 식당의 손님응대 서비스를 수행한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집에서 하루 종일 컴퓨터

게임에 몰두해 있는 정신지체인이 직업훈련을 통해 하나의 직업으로서 컴퓨터 관련 직종에 종사한다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간혹 그들을 배려한 최적의 고용환경과 충분한 가족지원, 사업주의 사랑과 인내심이 경계선급 정신지체인과 잘 어

우러져 성공한 예를 찾아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그리 일반적인 일이 아닐뿐더러 수많은 실패사례를 통해 오히

려 그 직종에 근무하는 정신지체인의 자기능력에 대한 실망과 좌절감을 심화시키고 자신감을 떨어뜨릴 수 있으며, 한편으

론 직장동료를 포함한 비장애인들의 장애인 직업능력에 대한 편견과 불신만 조장시킬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신지체 자녀를 둔 부모들의 또 다른 문제점 중의 하나는 자녀 양육에 있어 지나친 과잉보호와 무관심이라는 양 극단적 자

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성인이 된 자녀를 아직도 ‘아이’처럼 키우고 대접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양육방식은 부모 사후뿐만이

아니라 부모 생전에도 정신지체인의 독립심과 자립능력을 저하시킴으로써 정신지체인 가족의 스트레스와 고통을 증가시키

고 결국 가족 구성원 모두의 불행을 초래 할 수 있다. 또한, 장기간 가시적인 변화가 없어 보이는 자녀의 장애상태와 성장과

정에서 누적되는 좌절과 절망감 속에서 자녀 양육과 자립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고 무관심 내지는 방치에 이르는 성인정신지

체 가족의 태도를 종종 발견할 때가 있다. 적절한 국가와 사회의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모든 짐을 부모나 가족만의 책임으

로 짊어져야 할 국내 장애가족들의 고통을 우리는 얼마든지 헤아릴 수 있다. 그 고통의 과정 속에서 결국 자포자기하고 아

예 장애자녀의 재활과 자립을 방치하는 것 또한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하지만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그러한 무관심

과 방치가 정신지체인 당사자뿐만이 아니라 가족 모두의 고통과 불행을 더욱 배가시킨다는 사실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도 가족들을 중심으로 재활전문가나 사업주, 더 나아가서는 국가와 사회의 다양한 지원세력의 도움을 이끌어 내면서 자녀

의 자활자립에 힘을 합치는 것이 보다 현명한 자세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